4.1.2 패시브 다이내믹스(Passive Dynamics): 에너지 효율성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하드웨어의 역할

4.1.2 패시브 다이내믹스(Passive Dynamics): 에너지 효율성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하드웨어의 역할

1. 서론: 체화된 지능과 하드웨어의 재발견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의 융합이 가속화되는 현대 기술의 흐름 속에서, 로봇의 ’지능’을 정의하는 관점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의 로봇 공학, 특히 고전적인 제어 이론이 지배하던 시기에는 지능이 오로지 중앙 처리 장치(CPU) 내부의 알고리즘이나 신경망의 연산 능력에 국한된 것으로 간주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로봇의 신체(Body)는 뇌(Controller)가 내리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수동적인 기구(Mechanism)에 불과했으며, 하드웨어의 역할은 소프트웨어의 명령을 얼마나 오차 없이 정확하게 추종(Tracking)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해야 하는 로봇에게 있어, 연산은 비단 실리콘 칩 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로봇의 기구학적 구조, 재료의 물성, 그리고 환경과의 물리적 상호작용 자체가 정보를 처리하고 제어 문제를 단순화하는 과정, 즉 **형태학적 연산(Morphological Computation)**의 개념이 대두되면서 하드웨어는 제어의 대상에서 제어의 주체로 그 위상이 격상되었다.1

이러한 형태학적 연산의 가장 극적이고 성공적인 구현 사례가 바로 **패시브 다이내믹스(Passive Dynamics)**이다. 패시브 다이내믹스는 로봇이나 생명체가 배터리나 연료와 같은 외부 에너지원의 공급 없이, 오직 중력과 관성, 그리고 신체 구조의 상호작용만으로 생성해내는 동역학적 거동을 의미한다.3 이는 “계산의 일부를 뇌에서 신체로 오프로딩(Offloading)한다“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1 로봇 공학자 Tad McGeer가 1980년대 후반에 정립한 이 개념은, 인간과 유사한 보행이 복잡한 뇌의 제어 신호 이전에, 다리라는 물리적 구조가 가진 고유의 진자 운동(Pendular Motion)과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동역학적 결과물임을 시사한다.3

현대의 SOTA(State-of-the-Art) 로봇 공학은 완전한 무동력 시스템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이러한 패시브 다이내믹스의 원리를 능동 제어 시스템과 결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Agility Robotics의 Digit이나 Unitree의 H1, G1과 같은 최신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하드웨어 설계 단계에서부터 에너지 효율성을 고려한 탄성 요소(Compliance)와 경량화된 다리 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과 유사한 이동 비용(Cost of Transport, CoT)을 달성하고 있다.6 나아가 심층 강화학습(Deep Reinforcement Learning, DRL)과 같은 인공지능 기술은 하드웨어가 가진 잠재적인 동역학적 효율성을 스스로 탐색하고 착취(Exploit)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본 절에서는 패시브 다이내믹스의 물리적 원리에서부터,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 설계 전략, 그리고 최신 AI 및 제어 이론이 하드웨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2. 생체역학적 영감과 에너지 효율성의 물리적 기원

2.1 인간 보행의 동역학적 효율성

패시브 다이내믹스 연구의 출발점은 생물학적 시스템, 특히 인간의 보행에 대한 깊은 관찰에 있다. 인간의 보행은 단순히 근육이 뼈를 움직여 만들어내는 궤적의 연속이 아니다. 생체역학적 분석에 따르면, 인간은 걷는 동안 위치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를 끊임없이 교환하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이는 마치 역진자(Inverted Pendulum)가 중력에 의해 쓰러지면서 위치 에너지를 운동 에너지로 변환하고, 다시 다리를 딛으며 운동 에너지를 위치 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의 반복과 같다.8 이 과정에서 근육은 보행의 모든 순간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발을 뗄 때(Push-off) 에너지를 공급하고, 다리가 앞으로 흔들리는 스윙 구간(Swing Phase)에서는 마치 시계추처럼 중력에 몸을 맡긴다.10

이러한 메커니즘 덕분에 인간의 이동 효율성은 매우 높다. 이동 효율성을 정량화하는 지표인 **이동 비용(Cost of Transport, CoT)**은 단위 무게를 단위 거리만큼 이동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나타내며, 무차원 수로 표현된다.
\text{CoT} = \frac{E}{mgd}
여기서 E는 소모된 에너지, m은 질량, g는 중력 가속도, d는 이동 거리이다. 인간의 보행 시 CoT는 약 0.20 수준이다.3 이는 인간이 진화 과정을 통해 신체 구조를 지구의 중력장에 최적화시켰음을 의미한다.

2.2 전통적 로봇 제어의 한계: 아시모(ASIMO)의 역설

반면, 20세기 후반 로봇 공학의 상징이었던 혼다(Honda)의 아시모(ASIMO)와 같은 초기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다. 이들은 제로 모멘트 포인트(Zero Moment Point, ZMP) 제어 이론에 기반하여, 로봇이 넘어지지 않도록 매 순간 관절의 각도를 정밀하게 제어했다.8 ZMP 기반 제어는 로봇의 무게 중심을 지지 다각형(Support Polygon) 내에 유지하기 위해, 관절에 고감속비 기어와 고토크 모터를 장착하여 하드웨어를 매우 ‘딱딱하게(Stiff)’ 만들었다.

이러한 ‘궤적 추종(Trajectory Tracking)’ 방식은 로봇의 자연스러운 동역학을 억제하고, 사전에 계산된 기하학적 궤적을 강제로 따르게 한다. 그 결과, 아시모는 무릎을 굽힌 채 걷는 부자연스러운 보행(소위 ‘Groucho walk’)을 보였으며, 에너지를 위치-운동 에너지 변환에 사용하는 대신 관절을 고정하고 중력에 저항하는 데 소진했다. 결과적으로 아시모의 CoT는 약 3.23으로, 인간이나 패시브 다이내믹스 기반 로봇에 비해 16배 이상 비효율적이었다.3 이는 “로봇이 정밀하게 제어될수록 에너지 효율은 떨어진다“는 역설을 낳았으며, 하드웨어의 동역학을 무시한 제어 만능주의의 한계를 드러냈다.

2.3 패시브 다이내믹스: 무동력 보행의 증명

이러한 배경 속에서 Tad McGeer의 패시브 다이내믹스 워커(Passive Dynamic Walker)는 로봇 공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McGeer는 1990년 논문 “Passive Dynamic Walking“13을 통해, 모터나 센서, 컴퓨터가 전혀 없는 단순한 기계 장치가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 인간과 매우 흡사한 걸음걸이로 걸어 내려올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 기계 장치는 이중 진자(Double Pendulum) 모델에 기반하며, 발바닥의 곡률, 다리의 길이, 질량 분포 등의 기구학적 파라미터가 적절히 튜닝되어 있다. 경사면에서 중력이 공급하는 위치 에너지는 보행 중 발생하는 바닥과의 충돌(Impact) 및 마찰 손실을 정확히 상쇄하며, 시스템은 **리미트 사이클(Limit Cycle)**이라 불리는 안정적인 주기 궤도에 수렴한다.14 이는 보행이 뇌의 복잡한 연산 결과가 아니라, 신체 구조와 환경(중력, 지면)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물리 현상(Natural Mode)임을 입증한 것이다.

3. 패시브 다이내믹스의 기구학적 구현: 역사와 진화

패시브 다이내믹스를 로봇 하드웨어에 구현하기 위한 노력은 기구학적 설계의 혁신을 가져왔다. 이는 단순히 동력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동력을 최소화하면서도 시스템의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설계의 예술’이다.

3.1 초기 모델과 콤파스 보행(Compass Gait)

가장 단순한 형태의 패시브 워커는 ’림리스 휠(Rimless Wheel)’과 ’콤파스 워커(Compass Walker)’이다. 콤파스 워커는 무릎 관절 없이 고관절(Hip Joint)만으로 연결된 두 개의 막대기 형태를 띤다. 이 모델은 스윙 다리가 진자처럼 앞으로 나아가고, 힐 스트라이크(Heel Strike) 순간에 충격이 발생하며 다리의 역할이 바뀌는 구조이다.

연구자들은 여기에 무릎 관절을 추가하여 지면 끌림(Foot Scuffing) 문제를 해결했다.5 무릎 관절에는 과신전(Hyperextension)을 방지하는 기계적 스토퍼(Mechanical Stop)가 장착되어 있어, 다리가 펴질 때 자동으로 잠기는(Locking) 효과를 낸다. 이는 인간이 서 있을 때 무릎을 펴서 에너지를 아끼는 메커니즘을 모방한 것으로, 별도의 잠금 장치나 모터 제어 없이도 지지 단계(Stance Phase)에서 다리의 강성(Stiffness)을 확보해준다.

3.2 코넬 레인저(Cornell Ranger)와 킬로미터 기록

패시브 다이내믹스의 원리를 평지 보행 로봇으로 확장한 대표적인 사례가 2005년 사이언스(Science)지에 소개된 스티브 콜린스(Steve Collins) 등의 “Efficient bipedal robots based on passive-dynamic walkers” 연구이다.17 이 연구팀은 중력 대신 작은 발목 스프링이나 고관절 모터를 사용하여 경사면 효과를 대체했다.

이러한 설계 사상을 계승한 **코넬 레인저(Cornell Ranger)**는 에너지 효율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로봇이다. 레인저는 인간의 CoT와 거의 동일한 0.19의 효율을 달성했으며, 한 번의 배터리 충전으로 65km 이상을 걷는 기록을 세웠다.18 레인저의 핵심은 다리의 스윙 동작을 모터가 직접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모터는 단지 시스템이 자연스러운 공진 주기를 유지하도록 돕는 ‘그네 밀어주기(Pumping)’ 역할만 수행한다는 점이다. 이는 형태학적 연산의 관점에서, 하드웨어가 주된 보행 계산(스윙 궤적 생성)을 수행하고 제어기는 보조적인 역할로 물러난 사례이다.

3.3 차원 보행과 발바닥 형상

초기 연구는 2차원 평면에서의 보행에 집중했으나, 3차원 보행을 위해서는 좌우 균형(Lateral Balance) 문제가 해결되어야 했다. McGeer와 후속 연구자들은 발바닥의 형상을 평평하지 않고 둥글게(Curved Feet) 설계함으로써 이를 해결했다. 둥근 발바닥은 로봇이 옆으로 기울어질 때 접촉점(CoP)을 이동시켜 복원 모멘트를 발생시킨다.5 이는 복잡한 피드백 제어 없이 기하학적 형상만으로 롤링(Rolling)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형태학적 제어 방식이다.

4. 현대적 재해석: 준-패시브(Quasi-Passive) 및 과소 구동 로봇

현대 로봇 공학은 완전한 패시브 방식을 고집하지 않는다. 대신 준-패시브(Quasi-Passive) 혹은 과소 구동(Underactuated) 시스템이라는 개념으로 발전하여, 실용성과 효율성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과소 구동이란 로봇의 자유도(Degree of Freedom, DoF)보다 제어 가능한 액추에이터의 수가 적은 시스템을 의미하며, 필연적으로 자연스러운 동역학을 활용해야만 제어가 가능하다.20

4.1 직렬 탄성 구동기(SEA)와 컴플라이언스

현대 로봇 하드웨어의 가장 큰 특징은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즉 유연함의 도입이다. 기존의 산업용 로봇이 강체(Rigid Body) 위주였다면, 보행 로봇은 스프링을 포함한 직렬 탄성 구동기(SEA)나 고유 수용성 구동기(Proprioceptive Actuator)를 사용한다.

  • 에너지 저장 및 재활용: 보행이나 달리기(Running) 동작에서 착지 순간의 충격 에너지는 스프링에 탄성 위치 에너지로 저장되었다가, 도약(Push-off) 시 운동 에너지로 방출된다. 이는 배터리 소모를 줄일 뿐만 아니라, 모터가 감당해야 할 순간적인 피크 부하(Peak Load)를 완화하여 구동 시스템을 보호한다.18
  • Agility Robotics의 Digit과 Cassie: Agility Robotics가 개발한 Cassie와 Digit은 타조의 다리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되었다. 이들의 다리에는 거대한 판스프링(Leaf Spring)과 5절 링크 구조(5-bar linkage)가 적용되어 있다.6 이 구조는 다리의 말단 질량(Inertia)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구동기를 몸통 쪽에 배치하여 빠른 스윙을 가능하게 하며, 판스프링은 지면의 불규칙성을 기계적으로 필터링하는 ‘물리적 저역 통과 필터(Low-pass filter)’ 역할을 수행한다.

4.2 Unitree H1/G1과 고토크 밀도

중국 Unitree Robotics의 휴머노이드 H1과 G1은 패시브 다이내믹스를 현대적인 고성능 모터 기술과 결합했다. 이들은 기어비가 낮은 준-직구동(Quasi-Direct Drive) 액추에이터를 사용하여 관절의 역구동성(Back-drivability)을 극대화했다. 역구동성이 높다는 것은 외부의 힘에 의해 관절이 쉽게 움직일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로봇이 외력에 유연하게 순응(Compliance)할 수 있게 한다.22 H1과 G1은 별도의 물리적 스프링 없이도 소프트웨어적으로 가상 스프링(Virtual Spring)과 댐퍼를 구현하는 임피던스 제어(Impedance Control)를 통해 패시브 다이내믹스의 특성을 모사하고, 이를 통해 우수한 충격 흡수 능력과 에너지 효율을 달성한다.

특성 비교ASIMO (전통적)McGeer Walker (초기)Unitree H1/Digit (현대)
구동 방식고감속비 기어 + 위치 제어무동력 (중력)고토크 모터 + 임피던스/토크 제어
다리 구조강체 (Rigid)기구학적 링크탄성체 포함 (SEA) 또는 역구동성 모터
제어 목표ZMP 유지, 궤적 추종리미트 사이클 수렴동역학적 균형, 에너지 최적화
이동 비용 (CoT)> 3.0~ 0.2~ 0.5 (지속적 개선 중)
유연성낮음 (외란에 취약)중간 (평지 불가)높음 (다양한 지형 적응)

5. 제어 이론의 관점: 자연스러운 동역학의 착취

하드웨어가 패시브 다이내믹스를 지원하도록 설계되었다면, 제어 소프트웨어는 이를 방해하지 않고 ’착취(Exploit)’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제어 이론은 기존의 궤적 추종과는 완전히 다른 수학적 접근을 취한다.

5.1 하이브리드 제로 다이내믹스 (Hybrid Zero Dynamics, HZD)

미시간 대학교의 Jessy Grizzle 교수팀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제로 다이내믹스(HZD)**는 과소 구동 로봇의 제어에 혁명을 가져왔다.24 HZD는 로봇의 보행을 연속적인 동역학(다리가 움직이는 구간)과 이산적인 동역학(발이 땅에 닿는 충돌 구간)이 혼재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모델링한다.

HZD의 핵심 아이디어는 **가상 구속 조건(Virtual Constraints)**이다. 물리적으로 관절을 연결하는 기어 대신, 제어 법칙을 통해 관절 간의 관계를 정의한다. 예를 들어, 무릎의 각도(q_{knee})를 시간(t)의 함수가 아닌, 고관절의 각도나 위상 변수(\theta)의 함수 q_{knee} = f(\theta)로 정의한다. 피드백 제어기가 이 관계를 강제로 유지(Output Zeroing)하도록 하면, 로봇의 자유도는 줄어들고 시스템은 저차원의 제로 다이내믹스 매니폴드(Zero Dynamics Manifold) 상에서 움직이게 된다.26

이 매니폴드가 안정적인 리미트 사이클을 형성하도록 가상 구속 조건을 최적화하면, 로봇은 외부의 작은 교란에도 불구하고 넘어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주기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 HZD는 Cassie와 같은 로봇이 평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형에서도 에너지 효율적으로 걷거나 달릴 수 있는 수학적 보증을 제공한다.28

5.2 모델 예측 제어 (Model Predictive Control, MPC)와 임피던스

MIT 치타(Cheetah) 로봇이나 Unitree의 4족 보행 로봇에 널리 사용되는 모델 예측 제어(MPC) 역시 패시브 다이내믹스를 활용한다. MPC는 로봇을 단일 강체(Single Rigid Body)와 질량이 없는 다리로 단순화하여 모델링한다.29 이 단순화된 모델에서도 다리의 스프링 특성(Compliance)을 고려하여 지면 반력(Ground Reaction Force)을 예측한다.

최신 연구인 **전신 임펄스 제어(Whole-Body Impulse Control, WBIC)**는 MPC가 계산한 최적의 반력을 실제 관절 토크로 변환할 때, 로봇의 전체 동역학(관성 행렬 등)과 접촉 제약 조건을 고려한다.30 이는 로봇이 고속으로 달릴 때 발생하는 큰 충격력을 하드웨어의 탄성을 통해 흡수하면서도 자세를 잃지 않도록 돕는다. 즉, 제어기가 모든 것을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충격을 제어 루프 안으로 포용하는 것이다.

6. SOTA 인공지능과 패시브 다이내믹스의 융합

최근 딥러닝과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RL)의 비약적인 발전은 패시브 다이내믹스 활용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모델 기반 제어(HZD, MPC)가 수학적 모델의 정확성에 의존한다면, 데이터 기반의 RL은 수만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하드웨어의 특성을 스스로 학습하고 가장 효율적인 움직임을 찾아낸다.

6.1 에너지 효율성을 위한 보상 함수 설계 (Reward Shaping)

심층 강화학습에서 에이전트(로봇)는 보상(Reward)을 최대화하는 행동을 학습한다. 이때 보상 함수(Reward Function)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로봇의 거동이 완전히 달라진다. 패시브 다이내믹스를 활용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단순히 ’넘어지지 않기’나 ‘목표 지점 도달’ 외에 에너지 패널티(Energy Penalty) 항목을 추가한다.7

r_{total} = r_{task} + \lambda_{energy} \cdot r_{energy} + \lambda_{smooth} \cdot r_{smoothness}

여기서 r_{energy}는 소모된 전력(Power)이나 기계적 일(Work), 혹은 관절 토크의 제곱 합(\sum \tau^2)으로 정의된다. 에이전트는 이 패널티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필요한 근육(모터) 사용을 줄이고, 대신 중력과 관성을 이용해 다리를 휘두르는 스윙 동작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이는 “최소 노력의 원리(Principle of Minimal Effort)“가 적용된 것으로, 결과적으로 생성된 보행 패턴은 인간이나 동물의 그것과 매우 유사해진다.9

Unitree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방식으로 학습된 H1 로봇의 제어 정책(Policy)은 기존의 기준 궤적 추종 방식 대비 시뮬레이션에서 50%, 실제 환경에서 **31%**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보여주었다.10 이는 AI가 하드웨어의 공진 주파수(Resonance Frequency)를 찾아내고 그에 맞춰 움직임을 동기화(Entrainment)했기 때문이다.35

참조 없는 학습 (Reference-Free Learning)과 창발적 보행

과거의 보행 제어는 모션 캡처 데이터(Reference Motion)를 주입하여 이를 모방하게 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최신 연구 트렌드는 **참조 없는 학습(Reference-Free Learning)**으로 이동하고 있다.36 이는 로봇에게 “어떻게 걸어라“를 알려주지 않고, 오직 목표 속도와 방향만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 접근법에서 로봇은 자신의 신체 구조(다리 길이, 질량 중심, 관절 가동 범위)가 가진 물리적 제약과 환경의 중력을 바탕으로 가장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보행 스타일을 스스로 **창발(Emerge)**시킨다. Unitree G1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참조 모션 없이 학습된 정책은 놀랍게도 무릎을 곧게 펴고(Straight-knee), 팔을 교차하며 흔드는 인간 특유의 보행 특성을 스스로 만들어냈다.32 이는 무릎을 굽히고 걷는 아시모 방식보다 에너지 효율이 월등히 높으며, 패시브 다이내믹스가 하드웨어 구조 안에 이미 내재되어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이다.

Sim-to-Real과 도메인 랜덤화

강화학습으로 학습된 정책을 실제 로봇에 이식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괴리, 즉 Reality Gap이다. 특히 패시브 다이내믹스를 적극 활용하는 로봇은 마찰, 유격, 스프링 상수의 미세한 차이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메인 랜덤화(Domain Randomization) 기법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37 학습 과정에서 로봇의 질량, 마찰 계수, 스프링 강성, 지면의 기울기 등을 매 에피소드마다 무작위로 변화시킨다. 이렇게 학습된 에이전트는 특정 물리 파라미터에 과적합(Overfitting)되지 않고, 다양한 동역학적 불확실성을 포용할 수 있는 강건함(Robustness)을 갖추게 된다. Agility Robotics의 Digit이나 Unitree의 로봇들이 험지나 미끄러운 바닥에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비결은 바로 이러한 학습 과정에서 얻어진 적응력 덕분이다.39

결론 및 제언

4.1.2절을 통해 살펴본 패시브 다이내믹스는 로봇 공학에서 하드웨어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의를 요구한다. 하드웨어는 단순한 기구학적 뼈대가 아니라, 에너지 효율성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생성하는 **물리적 지능(Physical Intelligence)**의 원천이다. Tad McGeer의 무동력 워커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탄성 소재를 활용한 과소 구동 로봇(Cassie, Digit)을 거쳐, 이제는 심층 강화학습과 결합하여 로봇 스스로 신체의 역학적 이점을 깨닫고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향후 로봇 개발에 있어서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의 고도화만큼이나, 패시브 다이내믹스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하드웨어 설계가 중요하다. 이는 배터리 지속 시간의 획기적인 증대, 모터 부하의 감소,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자연스럽고 안전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독자들은 “형태가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디자인 격언을 넘어, “형태가 곧 계산이다(Form is computation)“라는 로봇 공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해해야 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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